고산자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지리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한반도 전역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세세한 지도를 남긴 선각자였다. 그러나 그에 대한 기록은 명확히 남겨진 것이 없다. 저자는 그 동안 가려져 있던 '김정호'의 이야기를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해 새롭게 만들었다. 길과 사람의 인연으로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인생을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우리 자신의 지나온 길을 반추하도록 만든다.
박범신
194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학과와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70년대에는 소외된 계층을 다룬 중·단편소설을 주로 발표, 문제작가로 주목을 받았다.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많은 독자에게 미학적 감동을 전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빛나는 상상력과 역동적 서사가 어우러진 화려한 문체로 근대화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밀도 있게 그려낸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영원한 청년작가'로 불리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던 중 1993년 돌연 절필을 선언하고 문학과 삶과 존재의 문제에 대한 겸허한 자기 성찰과 사유의 시간을 가졌다. 사유의 공간으로 선택한 곳은 세상에서 가장 높고 멀게 느껴지던 히말라야였다.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등 히말라야를 여섯 차례 다녀왔으며 최근에는 킬리만자로 트레킹에서 해발 5895미터의 우후루 피크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1996년 유형과도 같은 오랜 고행의 시간 끝에 작품 활동을 재개한 후 영혼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작품 세계로 문학적 열정을 새로이 펼쳐 보이고 있다.
1981년 [겨울강 하늬바람]으로 대한민국문학상(신인부문)을 수상했으며 2001년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로 제4회 김동리 문학상, 2003년 [더러운 책상]으로 제18회 만해문학상, 2005년에는 [나마스테]로 제11회 한무숙 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작품으로 [틀], [고산자], [엔돌핀 프로젝트], [그들은 그렇게 잊었다], [촐라체], [킬리만자로의 눈꽃], [맘 먹은 대로 살아요], [카일라스 가는 길], [바이칼 그 높고 깊은], [박범신이 읽는 젊은 작가들], [수요일은 모차르트를 듣는다], [주름], [비우니 향기롭다], [남자들 쓸쓸하다], [제비나비의 꿈], [겨울강 하늬바람], [외등], [빈방]등이 있다. 이 외에도 집필한 장편소설로는 [죽음보다 깊은 잠], [불꽃놀이], [우리들 뜨거운 노래], [잠들면 타인] 등이 있다. 소설집으로는 [토끼와 잠수함], [덫] 등이 있고, 연작소설 [흉], [흰소가 끄는 수레] 산문집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숙에게 보내는 서른여섯 통의 편지] 시집 [산이 움직이고 물은 머문다] 등이 있다 .
일찍이 제 나라 강토를 깊이깊이 사랑한 나머지, 그것의 시작과 끝, 그것의 지난날과 앞날,
그것의 형상과 효용, 그것의 요긴한 곳과 위태로운 곳을 그리는 데 오로지 생애를 바쳐
마침내 그 모든 걸 품어 안은 이가 있었던바, 그가 바로 고산자라 했다.
평생 산을 그리워했으되 그 산 중에서도 옛 산을 닮고, 옛 산에 기대어 살고 싶은 꿈이
있어 스스로 고산자라 불렀다고 했다.
후대 사람들이 아무도 그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는데다가 평생 그 시대로부터 따돌림당했으니 그는 고(孤)산자요, 아무도 가지 않는 길, 나라가 독점한 지도를 백성에게 돌려주고자 하는 그 뜻이 드높았으니 그는 고(高)산자요, 사람으로서 그의 염원이 최종적으로 고요하고 자애로운 옛산을 닮고, 그 옛산에 기대어 살고 싶어했으니, 그는 고(古)산자라고도 했다.
그의 이름이 김정호이다. (중략)
그에게 있어 지도란 저울과 같다. 사람살이의 저울이요 세상살이의 균형추요 생사갈림의 나침반이다. 손쉽게 땅의 요긴함과 해로움을 알아보게 하고, 완만한 것과 급한 것, 너른 것과 좁은 것, 먼 것과 가까운 것을 미리 분별하게 할 뿐 아니라, 시기를 살펴 위급할 때엔 가히 생사를 손바닥처럼 뒤집을 수 있으니 어찌 이것을 만민의 저울이라 하지 않겠는가.
제1장 지도의 기원
제2장 인생
제3장 국경
제4장 지도의 눈물
해제/양보경 - 한국지도의 고전, '대동여지도'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