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저/ 창비/ 2008년/ 320쪽/ 10,000원
  전직원
  하
  엄마, 가족, 사랑
가족을 위해 공기처럼 물처럼 대지처럼 살아온 엄마가 사라졌다. 엄마의 부재는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의 눈을 통해 가족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해 낸다. 엄마의 모든 소망과 꿈을 먹고 자란 큰아들, 친구처럼 의지했던 큰딸, 자식 기르는 기쁨을 알게 해준 작은딸, 아내에게 평생 살림의 책임을 떠안기며 밖으로만 돌던 아버지,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엄마와 아내를 추억하고 그 속에서 낯설지만 진정한 엄마의 모습을 발견해간다. 가슴속에 잠자는 가장 깊은 사랑을 일깨우며 진짜 감동을 전해주는 귀한 소설이다.
신경숙
1963년 1월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6학년 때야 겨우 전기가 들어올 정도의 시골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열다섯 살에 서울로 올라와 구로공단 근처에서 전기회사에 다니며 서른일곱 가구가 다닥다닥 붙어사는 '닭장집'에서 큰오빠, 작은오빠, 외사촌누이와 함께 한 방에서 살았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1985년 『문예중앙』에 중편소설 「겨울우화」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하였다. 2007년 겨울부터 2008년 여름까지 〈창작과비평〉에 연재되어 뜨거운 호응을 얻은 『엄마를 부탁해』는 섬세하고 깊은 성찰, 따뜻한 시선의 작가의 절정의 기량으로 풀어낸 엄마 이야기이자 엄마를 통해서 생각하는 가족 이야기이다.
모든 일은, 특히 나쁜 일은 발생하고 나면 되짚어지는 게 있다. 그때 그러지 말아야 했는데 싶은 것. 가족들은 왜 다른 때와 달리 아버지 엄마가 둘이서 작은오빠 집에 찾아갈 수 있다는 말을 따랐을까. 가족 중 누군가 서울역이나 고속버스터미널로 아버지 엄마를 마중 나가는 것은 늘 해오던 당연한 일이었는데. 도시에서 어딘가로 이동할 때면 가족들이 승용차나 택시를 이용하던 아버지는 왜 그때 지하철 탈 생각을 했을까. 엄마는 아버지와 함께 막 도착한 지하철을 타려 했다고 했다. 아버지가 지하철을 타고 보니 엄마가 없었다고 했다. 하필이면 번잡한 토요일 오후였다. 엄마는 인파에 떠밀려 아버지 손을 놓쳤고 허둥지둥하는 사이에 지하철이 출발해버린 것이다. 엄마의 가방은 아버지가 들고 있었으므로 너의 엄마가 빈손으로 지하철역에 혼자 남았을 때 너는 북페어에서 나와서 천안문광장으로 가고 있었다. p.18
나는 엄마처럼 못사는데 엄마라고 그렇게 살고 싶었을까? 엄마가 옆에 있을 때 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았을까. 딸인 내가 이 지경이었는데 엄마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얼마나 고독했을까.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로 오로지 희생만 해야 했다니 그런 부당한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어.
언니. 단 하루만이라도 엄마와 같이 있을 수 있는 날이 우리들에게 올까? 엄마를 이해하며 엄마의 얘기를 들으며 세월의 갈피 어딘가에 파묻혀버렸을 엄마의 꿈을 위로하며 엄마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올까? 하루가 아니라 단 몇 시간만이라도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엄마에게 말할 테야. 엄마가 한 모든 일들을, 그걸 해낼 수 있었던 엄마를,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엄마의 일생을 사랑한다고. 존경한다고. p.262
1장 아무도 모른다
2장 미안하다, 형철아
3장 나, 왔네
4장 또다른 여인

에필로그_장미 묵주
해설